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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판에 꽃 카지노미녀딜러 공공의 적이 되다?

“손님, 카드를 잠시 내려주세요. 오버 베팅(over betting)하신 거죠?”



지난 2월 초 국내 강원랜드 카지노장. 7명이 두런두런 앉은 바카라 게임 테이블장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게임을 진행하던 권주리(25)씨의 한마디에 말쑥한 정장차림의 40대 남성 얼굴이 새빨개졌다.


개인당 20만원만 베팅할 수 있는 테이블. 남성은 권 딜러의 눈을 피해 20만원 상당의 칩(chip)을 추가로 테이블 위에 올려 베팅금을 40만원으로 늘렸다. “무슨 소리야. 베팅 한도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 권씨의 지적에 남성이 소리쳤다. “20만원까지만 베팅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40만원으로 늘리셨잖아요.” 그녀의 침착한 대응에 남성은 꼬리를 내렸다.



세상에서 가장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고객들이 모인 카지노. 수천만원을 1시간 만에 잃기도, 반대로 딸 수 있는 ‘희로애락의 압축판’이다. 딜러 몰래 베팅액을 늘리다 걸리는 손님도 부지기수다.


카지노 딜러는 ‘도박판의 꽃’이다. 지난해 상반기 151만명의 방문객이 몰린 강원랜드엔 카지노 딜러가 1000여명 일한다. 강원랜드 5년차 딜러 권주리씨가 말하는 카지노 딜러의 세계를 소개한다.


카지노 딜러는 3교대로 8시간을 근무한다. 오전·오후·새벽타임이다. 3명의 딜러가 테이블 2개를 맡아 번갈아 게임을 진행한다. 바카라·블랙젝·룰렛· 등 10가지 게임을 하는데, 하루에 200게임 정도 진행한다.



1분안에 한 게임이 끝나는 바카라는 한시간에 58게임이나 한다. 카드 52장을 한 손으로 테이블에 반원 모양으로 깔아놓는 ‘스프레딩’, 칩을 쌓아두는 ‘스태킹’, 카드를 섞는 셔플링을 무한정 반복한다.


‘Bet down please’(베팅 시작합니다), ‘Anymore bet’(더 베팅하실 분 없나요?)를 외치다 보면 체력이 바닥난다. 서서 게임을 진행하면 카지노 테이블에 골반이 부딪히게 돼 멍이 든다. 시퍼렇게 멍든 골반을 ‘딜러 반점’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40분 게임하고 20분 쉬는 규정이 있다.


테이블당 5만~30만원을 베팅하는 일반 회원 카지노장과 별도로 300만원 이상 베팅하는 VIP테이블이 따로 있다. 30만원 미만은 5년차 미만 딜러가 담당하고, VIP테이블은 경험이 많은 6년차 이상이 진행한다.




“밤길 조심해라. 죽는 수가 있다.”


일을 시작하고 아직 경험이 없을 때 권주리씨는 게임에서 진 손님의 험담에 펑펑 울었다고 했다. 특히 딜러와 고객이 게임을 벌이는 블랙잭 게임을 할 때 민망한 욕설을 딜러에게 쏟아붓는 사람이 많다. 블랙잭은 카드 두장을 뽑아 합산해 21점(블랙잭)이 나오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제가 블랙잭이면 공공의 적이 되고 욕을 먹어요. 신입 때는 ‘내가 무슨 잘못을 했지’란 생각에 억울했어요. 그러나 지금 저 정도 카지노 ‘짬밥’ 먹으면 독해집니다. 한 귀로 흘리죠.” 손님에게 화풀이를 당하면, 새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출근한다. 죽은 기를 팍 살리고 카리스마있게 보이기 위해서다. 카지노 근무가 끝나면 요가장으로 향한다. 명상을 하며 스트레스를 달랜다.


권씨는 “1시간에 1000만원 잃는 사람도, 1000만원 버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돈을 많이 따면 ‘퇴근하고 소고기 사줄게’ 농담 던지는 고객도 있다. 나가고 싶은 생각도 드는 것이다. 그러나 계속 잃은 고객은 하루 종일 테이블을 떠나지 않는다.




‘공공의 적’ 신세를 피하려면 테이블에서 게임을 주도하는 ‘왕고’가 누군지 빨리 파악하고 한편을 만들어야 한다. 왕고는 게임을 주도하는 플레이어다. “테이블의 왕고를 빨리 파악해 상황에 맞는 멘트를 던져 제 편으로 만들어요. 제가 뭘 실수하게 되면 제 편을 들어주며 다른 고객의 화를 눌러주거든요. 저도 돈을 잃은 고객에게 ‘진짜 아쉬어요. 1점만 높으면 땄을 텐데요’라고 달래드리곤 하죠.”


‘대형 실수’를 저지른 적도 있다. “블랙잭을 진행하는데, 제가 실수로 ‘노 블랙잭’이라고 콜한 적이 있어요. 블랙잭인데 카드 패를 잘못 본 거죠. 정말 끔찍했죠. 고객들이 건 판돈도 돌려줘야 했고요.”


기본적으로 카지노 게임은 운이다. 그러나 아주 조금 카지노에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 오래하면 결국 잃을 수밖에 없다. 결국 카지노에 살다시피하면 돈을 잃는 사람이 많다.


돈을 잃은 고객들은 속임수를 의심하는 경우가 있다. 딜러가 혹시 손이나 옷깃에 카드패를 숨기지 않았는지 의심하는 것이다. 손이 텅 비었다는 것을 고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게임 시작 전에 손등과 손바닥을 테이블 위로 내밀어 ‘깨끗하다’는 보여줄 때도 있다고 한다.


또 일부 카지노는 딜러들이 칩이나 돈을 숨겨 나갈까봐 카메라를 향해 손을 내일어 보이도록 한다. 한 카지노 딜러는 “버릇이 들어서 가끔 마트에서 폐쇄회로 카메라가 보이면 나도 몰래 손을 내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종의 직업병이다.



주말이 되면 강원랜드에 정원(6000석)을 초과하는 인원이 몰린다. 한 테이블당 15~20명이 몰려 게임하거나 관전한다. 권씨는 “1000원짜리 상품 파는 시장 노점에서 수십명에 둘러쌓여 물건을 파는 상인처럼, ‘돗대기시장’의 한복판”이라고 했다.




◇한달 평균 30만원 팁 받아


게임이 끝난 손님은 테이블에 비치된 ‘팁박스’에 팁을 넣어준다. 강원랜드는 딜러들이 받는 팁을 모두 합산해 전체 직원 1000명이 동등하게 나눠갖는다. 권씨는 한달 평균 30만원을 받는다.


그런데 특정 딜러에게 주는 팁이 전체 직원에게 동등하게 돌아가는 것을 눈치챈 고객들은 팁을 내지 않는다고 한다. 강원랜드 딜러들이 가진 ‘소소한 불만’ 중 하나다. 공기업이 아닌 일부 민간 카지노의 경우 딜러들이 월급의 30%까지 팁을 받도록 규정해놨다. 딜러 5년차인 권씨의 연봉은 4000만원 초반이다.


“하루에 돈을 수천만원씩 만지잖아요. 그러면 돈이 아무것도 아닌것 같아요. 허망해지죠.” 야근이 잦은 딜러직은 40세가 넘으면 하기 어렵다. 강원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딜러는 12~13년차다. 40세 전후로 관리자로 진급한다.


그러나 권씨는 카지노 딜러직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카지노 산업은 ‘해가 지지 않은’ 성장 산업이다. 강원랜드 매출과 주가도 매년 증가추세다. 죽이 잘 맞는 고객으로부터 칭찬받으면 그날 피로가 싹 풀린다고 했다. “‘주리씨랑 게임해서 기분이 좋았어’같은 말을 들으면 기뻐요. 그 맛에 하는 거죠.” 서울·부산, 또는 해외 카지노로 이직하는 딜러들도 간혹 있다.


누가 카지노 딜러직에 어울릴까? 일단 색맹은 안 된다. 또 오른손잡이가 유리하다. 게임 진행시 사용되는 기기들이 오른손잡이용이다. 영어, 일어, 중국어에 능통하면 좋다. 그녀는 “인내력이 뛰어나고 성격을 통제할 줄 아는 사람이 최고”라며 “다혈질은 힘들다”고 했다.




“손님의 욕설을 참지 못해 덩달아 손님과 싸운 딜러들도 있어요. “‘카지노의 화려한 세계에 뛰어들고 싶다’, ‘카지노 게임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다’ 딜러로 일하고 싶다며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딜러를 할 수는 없습니다. 무조건 잘 참고 체력이 뛰어난 사람이 하는 직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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